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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임상, 시선의 연구

임상시험 계약 단계에서 CRA가 확인해야 할 핵심 조항

by ellie‘s 2025. 6. 25.


안녕하세요, 임상시험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엘리입니다.
CRA로서 가장 많이 신경 쓰는 건 아무래도 모니터링과 데이터의 질이겠지만, 시험이 시작되기 전 계약 단계에서부터 CRA가 주의 깊게 봐야 할 포인트들도 많습니다. 계약이 미흡하면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명확해지고, 결과적으로 CRA가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되기도 하죠.

오늘은 임상시험 계약 단계(SSA: Site Start-up Agreement)에서 CRA가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핵심 조항과 그 이유를 실제 경험과 함께 공유해보려 합니다.


1. 계약서, CRA의 일이 아닌가요?
보통 계약은 법무팀이나 Start-up Team(SSU), PM이 주관하기 때문에 CRA는 ‘서명된 계약서만 받아보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계약서에 포함된 조항들은 CRA의 실무와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예시:
시험약 배송이 지연되었는데, 병원이 배송비를 Sponsor에 청구하고 싶어 할 때
시험 중 PI가 바뀌었을 때 추가 비용 청구 가능 여부
SAE 발생 후 응급조치에 대한 비용 처리 관련 문제
이럴 때 CRA가 계약 내용을 모르고 있다면 중재도, 보고도 어렵습니다.

2. CRA가 꼭 확인해야 할 계약서 핵심 조항 5가지
① 보상 조항 (Compensation Clause)
시험 중 환자에게 손상이 발생했을 경우 Sponsor가 의료비를 보상할 것인지 명시
CRA가 SAE 보고 이후 병원과 Sponsor 간 커뮤니케이션을 중재할 때 핵심 포인트
GCP 기준 제12조 (시험대상자의 권리 보장)

② 책임 한계 및 면책 조항 (Liability and Indemnification)
병원과 PI, Sponsor, CRO 간 책임 분배
특히 “Sponsor가 시험약에 문제가 있을 때 모든 책임을 진다”라는 문구의 유무
이 조항이 불명확하면 현장에서 발생하는 분쟁 상황에서 CRA가 애매한 입장이 됩니다.

③ 시험 진행비 및 지급 방식 (Budget Schedule)
병원에 지급될 모니터링 비용, 환자 1명당 비용, SAE 보고 수당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함
CRA는 “이 비용이 계약서상 명시되어 있다”는 근거를 바탕으로 CRC의 요청을 조율

자주 발생하는 오해:
“CRC: SAE 보고했는데 추가비용 왜 안 주나요?”
→ CRA: “계약서에 해당 수당 항목이 없어요.” (이미 늦음)

④ 계약 해지 조건 (Termination Clause)
병원이 계약을 중단할 수 있는 사유
Sponsor가 임상시험을 조기 종료할 수 있는 조건
CRA 입장에서는 해당 조항을 알고 있어야 Site 중단 시 예상 시나리오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⑤ 서류 및 기록 제출의 의무 (Documentation Obligation)
SMF, ISF 보관 기간 (통상 시험 종료 후 5년 혹은 15년)
전자문서(eTMF)로 관리할 경우의 책임 소재
CRA는 시험 종료 시점에 문서 회수를 해야 하므로, 이 조항을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합니다.

3. 실무 사례: 계약 조항을 몰라 생긴 문제
예전에 제가 담당했던 한 병원에서는 PI가 도중에 이직을 하게 되면서, 새로운 PI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생긴 적이 있어요. Sponsor는 “계약상 PI가 바뀌면 재계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병원은 “서명된 계약서에 그런 내용은 없다”고 반박했죠. 당시 CRA였던 저는 계약서를 확인해보지 않은 상태였고, 결국 중간에서 상당한 커뮤니케이션 에너지를 써야 했습니다.
이후 저는 모든 계약서에서 PI 변경 조항을 사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4. 계약 검토, CRA의 공식 업무인가요?
공식적으로 계약서에 서명하거나 협상하는 주체는 CRA가 아닙니다. 하지만: 계약이 어떤 비용과 범위를 규정하고 있는지
,그 조항이 시험 진행 중 CRA 실무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를 미리 파악하면 문제 발생 시 매우 빠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은 CRA가 SSA(Study Start-up) 단계부터 참여하는 프로젝트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계약서 내용을 일부라도 이해하고 있는 것이 훨씬 유리해요.

마무리하며 : 계약서는 시험의 ‘기초 설계도’
CRA는 시험이 시작되면 가장 앞단에서 실무를 리드하지만, 계약서는 그 시험의 구조와 경계선을 규정하는 ‘설계도’입니다.
이 구조를 잘 이해하면 시험 도중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방향을 잃지 않고 현장을 조율할 수 있죠.

CRA의 실수는 계약서로 보호받지 못합니다.
하지만 계약서의 내용을 알고 있는 CRA는 Sponsor와 Site 모두에게 신뢰받는 중간관리자가 될 수 있습니다.